아름다운 동행
오랜 지인과 함께하는 식사만큼 즐거운 시간이 또 있을까요? 제게 누구보다 특별하고 아름다운 인연을 소개합니다. 그런데 막상 소개를 하려니 참 막막하네요. 가까운 사이에 뭐가 문제냐 하시겠지만 ‘박원순’이라는 이름 뒤에 어떤 말을 붙여야 그를 제대로 소개하는 것일지 가끔 고민이 된답니다. 검사출신 인권변호사, 시민운동가, 아름다운 재단 이사장, 아름다운 가게 총괄상임이사, 희망제작소 상임이사……. 수많은 수식어가 있겠지만 ‘사회 디자이너 박원순’보다 더 정확한 표현은 없을 것 같습니다.
그가 그리는 사회는 순환과 나눔을 통해 조금씩 더 아름다워지는 세상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더 나은 세상을 기대하고 꿈꾸는 희망찬 사회입니다. 현대해운은 그 동안 아름다운 가게와 함께 지속적인 기부를 통해 적극적으로 나눔에 동참해 왔습니다. 베트남, 아르헨티나, 모스크바 등 세계 각 곳의 한국학교에 도서를 기증하고, 아프리카와 아시아 저개발국가 24개국의 소외계층에 월드컵 레드 티셔츠를 전달하기도 했습니다.
기부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습관입니다. 하지만 때로는 안 하느니만 못 한 기부도 있습니다. 받는 사람의 입장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생색내기용 기부가 그것입니다. 현대해운은 해외 한국학교에 도서를 기증하면서 학교측에서 요청한 책을 우선적으로 구매하여 전달한다는 원칙을 지켜왔습니다. 너무 낡고 오래돼 버리는 게 더 나을 것 같은 책을 전달하는 것은 적선에 지나지 않겠지요. 나눔을 실천할 때는 사랑하는 사람에게 건넬 선물을 준비하는 마음으로 해야 합니다.
그러나 아무리 아름다운 기부를 한다 하더라도 기부를 통한 물질적 지원에는 한계가 있기 마련입니다. 비교적 적은 투자로 안정적인 수익창출을 담보할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을 통해 소외계층의 자립을 위한 방안을 마련하는 것은 가난의 대물림을 막을 수 있다는 점에서 단기적이고 일차원적인 기부보다 아름답다고 할 수 있습니다. 만약 그 비즈니스 모델이 친환경적이라면 더할 나위 없겠지요.
소기업 제품의 홍보와 판매, 유통을 지원하는 ‘희망수레’는 소기업 육성을 통해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한다는 점에서 보다 발전적인 사회공헌활동이라 할 수 있습니다. 오래된 컨테이너를 오프라인 매장으로 탈바꿈하여 소기업 상품의 유통채널을 다각화하고, 독특하고 아름다운 디자인으로 바이럴 마케팅에 활용할 것입니다. 또한 낙후된 컨테이너를 재활용하는 친환경 매장이라는 취지에 부합하도록 내부 전기는 태양열을 이용할 방침입니다. 이런 노력이 지역경제 상품의 대중화를 이끌어 탄소거리를 줄여갈 것입니다.
박원순 사회 디자이너의 넘치는 열정, 신선한 아이디어도 대단하지만, 제가 가장 놀라는 것은 꿈을 현실로 만들어 내는 실행력입니다. 박원순 변호사님의 꿈이 허상에 머물지 않는 것은 그 꿈이 바른 가치를 지향하고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혼자 꾸는 꿈은 단지 꿈에 불과하지만 함께 꾸는 꿈은 현실이 되는 법이니까요. 바른 가치를 공유하는 사람들의 작은 노력이 모여 조금씩 변화를 만들고, 그 변화가 유기적으로 연계되어 아름다운 사회를 만드는 것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