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눈을 부릅뜨고
제가 지난 주 잠시 한국을 비웠습니다. 그 동안 나라 안팎에서 꽤 여러 사건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저 역시 멀리 베트남에서 여러 사건을 만들고 돌아왔습니다. 이번 주와 다음 주에 걸쳐 자세하게 말씀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제가 이 코너에서도 한번 말씀 드렸던 적이 있는 것 같은데(10월 1일 자 월요다이어리) 베트남은 한국과 여러 인연을 가지고 있는 나라입니다. 이번에 저는 하노이에 있는 한국학교에 도서를 기증하는 행사를 하기 위해 베트남을 방문했습니다. 한국학교에 도서를 기증하러 가는 길은 아무리 멀어도 항상 마음이 즐겁습니다. 더욱이 이번에는 아름다운가게의 박원순 총괄 상임이사가 동행하여 더욱 의미가 깊었던 것 같습니다.
박원순 변호사는 베트남 방문이 처음이라고 하였고, 저 역시 호치민에는 여러 번 출장을 다녀갔지만 하노이 방문은 처음이었습니다. 저는 처음 접하는 도시를 방문할 때 가까운 항구는 어디인지, 현재 한국과의 물동량은 얼마나 되는지, 현지 파트너사와의 관계는 어떠한지를 중점적으로 살피게 됩니다. 하지만 이번 방문에서는 박원순 변호사의 눈높이에 맞춰 도시를 살펴보는 전혀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되었습니다.
▲ 베트남 하노이 문묘 (베트남 학문의 근원지. 공자를 기리는 곳)
베트남 전통 시장을 방문하였을 때입니다. 저는 사람들이 얼마나 활발하게 경제활동을 하는가 사람들의 눈에 맞춰 주위를 둘러보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저 멀리에서 박원순 변호사는 머리 위로 지나가는 전깃줄 더미, 바닥에 놓여있는 쓰레기통을 열심히 사진자료로 남기고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그냥 신기하다 싶을 정도로 넘겼지만 어느 곳을 방문하든지 마찬가지였습니다. 그 분과 제가 관찰하는 모든 사물에 약간의 시각차가 있다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 베트남 하롱베이 (UNESCO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자연공원)
경영인과 사회디자이너(박원순 변호사의 명함에 쓰여있는 공식 명칭)의 시각차가 저에게는 묘한 여운을 남겼습니다. 제가 사람과 경제를 보는 눈을 가졌다면, 그 분은 사람간의 관계와 사회적 인프라를 날카롭게 지적하는 또 다른 ‘눈’을 가진 것입니다. 한쪽 눈만 가지고는 사물을 꿰뚫어 볼 수 없을 것입니다. 제 옆에 수 많은 다른 눈을 가진 분들이 계셔서 제가 바른 눈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이번 주에도 현대해운 가족들의 눈, 다른 분들의 눈으로 두 눈 부릅뜨고 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