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을 넘어서
남북정상회담으로 지난 한 주 온 한반도가 들썩들썩했습니다. 마지막 냉전지대였던 한반도를 평화지대로 전환하기 위한 방대한 합의도 도출되었습니다. 굳게 맞잡은 두 정상의 손을 보니, 벌써 가슴이 뭉클하기도 합니다. 특히 그 동안 경협사업의 걸림돌이었던 ‘군사’적 문제도 상당부분 해소될 것이라는 소식에 경제인의 한 사람으로서 반가운 마음이 앞섭니다.
하지만 이 똑같은 하나의 사실을 가지고 국내의 반응은 극과 극으로 갈리고 있습니다. 남북관계를 질적으로 변화시켰다는 의견도 있고, 예전의 여러 회담과 별반 다르지 않은 일회성 행사였다고 평가하는 측도 있습니다. 그러고 보면 남한 정부는 회담장에서는 북측 대표와 얼굴을 맞대고 앉아 협상을 진행했지만, 그들이 상대한 것은 북측 대표단, 남측 국민의 첨예한 이해관계 등 상당히 다양하고 복잡한 집합체이지 않았나 싶습니다. 여기에 남북을 둘러싼 열강들의 입장까지 반영해야 한다면 당연히 얘기는 더 복잡할 것입니다.
사실 기업을 경영하는 것도 이와 같습니다. 끊임없이 회담, 협상, 제안을 해야 하는 커뮤니케이션 대상은 항상 외부에 있는 것만은 아닙니다. 외부고객, 내부고객이라는 말도 있지만 외부의 커뮤니케이션 내용을 내부의 사람들에게 전달하고, 또 내부의 커뮤니케이션을 종합해 외부의 일을 도모하는 것이 기업 경영의 기본중의 기본입니다. 물론 우리 정부가 처한 입장처럼 절대 쉽지만은 않습니다. 사회가 다양해지면 내부에 여러 이해 관계가 얽히는 것처럼 기업도 내부 인력 구성이 다양해지고 조직이 커 갈수록 내부 커뮤니케이션이 원활하게 소통된다는 것이 말처럼 간단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또한 남한 정부가 북측과의 회담 전개 과정을 100% 공개할 수 없듯이 기업 외적인 모든 상황을 내부에 알릴 수도 없고, 바람직하지 않을 때도 많습니다. 내부 고객을 보호하는 것 또한 협상대표의 역할이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복잡다단한 과정을 잘 갈무리하고, 이번 정상회담에서는 ‘10.4 선언’이라는 결과물을 만들어냈습니다. 저도 개성공단을 둘러 봤을 때 가졌던 느낌과 계획들을 가만히 다시 한번 되뇌어 봅니다. 그리고 변화하는 국내외 정세들을 놓치지 않고 기회로 만들어 갈 수 있는 현대해운의 저력도 다시 한번 곱씹어 봅니다.
남북 정상들은 여러 벽을 넘고 두 손을 맞잡아 올렸습니다. 현대해운도 아름다운 노랫말과 같이 “손에 손잡고 벽을 넘어서” 나날이 발전하는 기업이 될 것이라 믿습니다. 그런 믿음과 자신감 또한 제가 외부 협상장에 앉았을 때 커다란 무기가 됩니다. 그 힘을 바탕으로 저도 대,내외의 협상 모두 잘 조화시켜 이끌어갈 자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