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in Chao! (씬 쨔오; 안녕하세요)
추석 연휴를 끼고 지난 주에 베트남 출장을 다녀왔습니다. 파트너사, 고객을 만나고 시장 조사도 해야 하는 빠듯한 일정 가운데에서도 현지 한국학교만큼은 꼭 챙겨서 둘러 보고 왔습니다. 사실 베트남은 우리나라와 인연이 많은 국가입니다. 60년대 베트남 파병은 한국의 군사, 외교적 입지를 한 단계 성숙하게 하는 계기가 됐으며, 당시 많은 기업들이 경제적인 면에서 베트남 특수를 누렸던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베트남에 남겨진 혼혈아(라이따이한) 문제, 최근 한국으로 시집 온 베트남 신부들의 인권문제 등 곡절이 많았던 양국 관계였습니다.
그래서일까요? 베트남에 갈 때마다 친숙하면서도 낯선 묘한 감정을 갖게 됩니다. 특히 이번에 현지에서 만난 베트남 국민들의 반응은 더욱 그러했습니다. 최근 무서운 속도로 외국자본을 끌어들이며 초고속 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베트남에서 외국인, 특히 한국인은 극진한 손님 대접을 받습니다. 한국 경제인이 곧 기회고, 자본이고 발전이라는 이미지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최근 들어 한국과의 교류가 늘어나면서 한국인에 대한 냉담한 반응 역시 늘어났습니다. 예전에 베트남에서 한국기업이 무조건 환영을 받았던 때와는 다른 무언가가 사회 곳곳에서 감지되었습니다. 물론 기업하는 입장에서 이런 상황이 좋은 징조는 아닙니다. 베트남 내에서 한국인, 한국 자본에 대한 반감이 커지면 자연스럽게 그 악영향이 한국 기업, 한국 문화에 대한 거부감으로 퍼질 것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베트남의 입장변화(?)가 그렇게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었습니다. 이번 베트남 출장에서 여러 사업장을 둘러 보면서 베트남 사람들의 생각이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가를 확실하게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제 베트남인들은 자신들이 필요한 것과 자신들이 얻어야 하는 것을 훨씬 확실하게 구분하고 있었습니다. “니즈”와 “밸류”를 주고 받는 철저한 자본주의식 사고에 익숙해져 있었습니다. 좋게 보자면 자본주의식으로 “예측 가능한” 시장이 되어가는 것입니다. 따라서 그들에게 한국은 더 이상 “완벽한 기회 국가”도 아니고 “뭐든지 맞춰줘야 할 대상”은 더더욱 아닌 것입니다.
베트남 거리에는 수많은 자전거, 오토바이 행렬이 오고 갑니다. 그 행렬은 8%대로 고속 성장하는 베트남 경제의 살아 있는 증거입니다. 이제 그들 행렬은 더 이상 한 곳을 향해 무조건 돌진하지는 않습니다. 따질 것은 따지고, 싫은 것은 싫다고 목소리를 냅니다. 우리는 그들에게 어떤 존재여야 할까요? 시장은 계속 변화한다는 것, 한발 먼저 앞서 그 변화를 읽어 내는 사람만이 그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다는 것. 이번 베트남 출장에서 얻은 교훈입니다.
우리는 그 변화를 이끌어 갈 준비가 되어 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