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책방에 가다
<왼쪽부터 현대해운 조명현대표이사, 윤팔병 아름다운가게 대표, 류무종 광화문책방 명예지점장, 권경현 교보문고 사장, 윤정숙 아름다운재단 상임이사>
광화문에 아름다운가게 헌책방이 문을 열었습니다.
동네에 서점들은 어느새 자취를 감춘 지 오래고, 대형 서점들도 인터넷 도서 쇼핑몰에 할인 공세에 밀려 경영난을 겪고 있는 요즘 헌책방이라니 의아하지만, 아름다운 가게에서 신촌점에 이어 광화문에 70대 독지가의 도움으로 작은 공간을 마련하여 헌책방을 열게 된 것입니다. 저는 아름다운 가게와의 인연으로 초청되어 헌책방을 방문하게 되었는데 70-80년대 학창시절을 보낸 이들에게 묵은 내 나는 헌책방이 주는 저마다의 추억 하나 정도는 가지고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책장이 못 자라 통로에도 수북이 쌓여 있는 무질서한 책들 사이에서도 원하는 책을 말만 하면 바로 찾아 주는 주인아저씨가 마냥 신기했고, 평소 보고 싶었지만 학생 신분이라 넉넉하지 않은 용돈으로 사 볼 수 없었던 책을 주인 눈을 피해가면 보던 일들이나 우연히 집은 책 속의 책갈피에서 나오는 연서나 메모 또한 헌책방에서만 맛 볼 수 있는 즐거움 중에 하나였습니다.
대학이나 학교 앞에도 서점을 찾을 수가 없는 요즘. 술집, 당구장, pc방, 커피숍들은 즐비하지만 서점은 없습니다. 더더구나 헌책방은 이제 명소가 될 만큼 보기 힘든 곳이 되어버렸습니다.
너무 모든 것이 흔하고 넘쳐나서 인지 헌책방을 돌아보며 옛 것이 주는 또 다른 소중함과 새로운 것이 주는 변화와 신선함이 공존하여 우리 삶과 사회가 좀 더 다양성을 추구할 수 있는 사회의 여유로움에 대해 생각이 든 하루였습니다.
헌책방에 꽂혀 있는 책 중에 학창시절 보았던 한 권의 책을 발견했습니다. 그 때의 시절로 잠시 돌아갈 수 있는 타임머신 같은 곳이 헌책방이 아닐까 하는 생각과 함께 돌아오는 길은 향기로운 길이 되었습니다.
<아름다운가게 박원순 상임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