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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과 NHN



얼마 전 캘리포니아 LA에서 최재현 NHN 이사를 만나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IT 시장에서 NHN의 성공전략은 무엇인지에 대해 이야기 나누었습니다. NHN의 시가총액은 11조원이고, 구글의 시가총액은 120조원입니다. 압도적인 기술력과 혁신적인 서비스, 풍부한 자금력으로 통신, 유통, 부동산, 미디어, 동영상, 사진, 지도 등 급속히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있는 세계 최대 검색 엔진인 구글이 왜 유독 한국에서만 힘을 못 쓰고 있는 걸까요?
 
최재현 NHN 이사는 NHN과 구글은 검색에 대한 접근 자체가 다르다고 말하더군요. 영어로 만들어진 DB와 한글로 된 DB는 양적인 측면에서 비교가 안됩니다. 영어 콘텐츠가 압도적으로 많지요. 구글이 방대한 DB에서 얼마나 정확하게 원하는 것을 찾아주느냐에 초점을 맞췄다면, NHN은 먼저 DB를 구축하는 데 집중했다는 것입니다. 구글이 엔지니어를 중심으로 첨단기술을 지향한다면, NHN은 그에 비해 소비자 중심 서비스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것이지요.
 
메인 화면만 봐도 이러한 두 기업의 차이가 확연합니다. 구글의 메인 화면은 대단히 단순해서 사용자가 검색을 시작한 후에야 정보가 나타납니다. 사용자가 의도한 것을 정확하게 찾아내는 데 철저히 집중합니다. 다른 데 한 눈을 팔거나 돌아가는 일이 없지요. 반면 NHN은 메인 화면에서부터 사용자의 시선을 끌기 위해 다양한 콘텐츠가 보기 좋게 배치되어 있습니다. 검색결과를 카테고리 별로 한번에 정리해 보여주는 통합검색은 따로 검색하게 되어 있는 구글 검색과 분명한 차이가 있습니다.
 
구글과 NHN은 검색서비스를 기본으로 한다는 점에서 서비스 모델이 비슷한 기업이라고 생각해 왔는데 검색에 대한 접근법부터 서비스 구현까지 거의 반대라고 해도 좋을 만큼 다르더군요. 이야기를 나누면서 저는 음식의 상차림을 떠올렸습니다. 아시다시피 서양식 상차림은 시간에 따라 순차적으로 진행하여 음식이 서로 섞이지 않도록 하는 반면 한식은 모든 음식을 한 상 위에 차립니다. 음식의 고유한 맛을 추구하는 서양식 상차림이 구글의 검색 서비스와 닮았다면, 동시에 다양한 음식을 차려내는 한식 상차림은 NHN의 통합검색 서비스를 닮은 것 같지 않나요?
 
현대해운이 미국 NHN의 메인 화면에서 배너광고를 진행하고 있고 있는 가장 큰 이유도 바로 이런 한국형 검색 서비스라는 NHN만의 강점 때문입니다. 서로가 자신의 분야에서 역량을 키워가는 것이 우리의 밥상을 더욱 다채롭게, 더욱 맛있고 살 맛나게 만든다는 사실을 잊지 않고, NHN과 현대해운은 서로 상생하는 관계를 넘어 서로 상성하는 관계로 발전해 나갈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