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하지 않는 것
올해는 유난히 봄이 짧았습니다. 5월부터 이미 예사 봄볕이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도 봄은 봄인지라, 꽃은 꽃대로 새싹은 새싹대로 다들 바빴을 것입니다. 여러분은 어떠셨나요?
현대해운 직원들은 개인별 사회봉사활동을 꾸준히 이어가고 있습니다. 각 부서별로 직접 봉사활동을 기획하여 개별적으로 실행하고 있는데, 농번기를 맞아 농촌으로 봉사활동을 간다는 팀이 있어서 저도 함께 했습니다.
점촌에 도착하자마자, 그 동안 일손이 부족해 미뤄졌던 일들이 상당히 많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현대해운 직원들과 저는 마음이 바빠졌습니다. 짧은 시간 안에 더 많은 일들을 효율적으로 해드리고 싶어 각자 능숙한 직무 별로 조를 나눴습니다. 저는 농사일 팀으로 배정받았습니다. 농기계가 닿을 수 없어 버려뒀던 뒤 텃밭을 쟁기로 조금 손을 보았더니, 올해에는 고추라도 몇 마지기 심을 수 있을 정도의 농지가 생겨났습니다. 그리고 또 한 팀은 마을 들어가는 어귀의 오래된 목조 건축물을 헐어내고 공터를 사용하여 훌륭한 공용주차장 터를 닦았습니다.
저희 일행은 마을에 도착한 순간부터 해가 뉘엿뉘엿할 즈음까지 계속해서 기획하고, 인력을 배치하고, 일의 진척도를 학인하고, 시간을 체크하면서 바쁘게 움직였던 것 같습니다. 그런 저희를 보면서 마을 분들은 “내일 해도 된다”며 쉬엄쉬엄 하라고 여러 번 말씀하셨습니다. 저희는 일에 서툰 저희가 바지런히 손을 놀리는 것이 안타깝고 미안해서 하시는 말씀인 줄 알았는데, 거기에는 더 깊은 뜻이 숨겨져 있었습니다. 농사일이라는 것이 항상 자로 재듯이 정확하게 끝내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자연은 계속 변하기 때문에, 그때그때의 상황에 맞춰 일도 적당히 변경해가며 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분들 눈에는 너무 기계처럼 딱딱 맞춰 움직이는 저희가 더 어색하고 불안해 보였을 법도 합니다.
한 순간도 끊임없이 변하는 자연의 상황을 읽어내고 유연하게 대처하는 능력은 도저히 저희가 채울 수 없는 부분이었습니다. 그것은 그분들이 오랫동안 쌓아온 경험의 가치이니 말입니다.
외부활동에서는 항상 새로운 것을 배워오는 것 같습니다. 우리가 지금 효율적이라고 자부하는 것들이 새로운 환경에서는 전혀 통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 우리도 지금의 업계 1위의 자리에 만족하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항상 새로운 경험, 새로운 현장의 법칙을 터득하기 위해 깨어 있어야 합니다.
변하지 않는 것이 하나 있다면, 그것은 바로 항상 변화에 유연해야 하는 것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