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비우는 지혜
<백양사 동참 스님과 함께>
세상에는 No.1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들은 모두 '난 최고가 될 것'이라고 말하지만 이 말에는 커다란 오류가 있습니다. 최고가 되는 것은 남보다 나아야 한다는 상대적 개념에서 출발한다는 것이기에 항상 다른 사람의 시각에 의해 자신을 바라볼 수 밖에 없으며 진정한 마음의 평화가 있을 수 없을 것입니다. 즉, 남이 나를 어떻게 봐줄까에 혈안이 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혹, 최고가 되었더라도 자신보다 나은 사람이 생길까봐 전전긍긍하는 삶을 살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이맘때쯤이면 푸르른 잎의 무성함을 가득 뽐내는 나무들의 모습이 우리들의 삶에 교훈을 던져줍니다. 일정한 때가 되면 화려함을 뒤로하고 앙상한 나뭇가지만을 남긴 채 다음해를 기약하며 벗어버리는 나무의 모습에서 자신을 버리는 결단과 용기는 바쁘게 살아가는 우리들의 삶에 많은 것을 깨닫게 해줍니다. 지쳐서 뒷걸음치는 일상의 삶에서 자유로움을 얻기 위해서는 부단히 자신을 비우고 버릴 수 있는 그런 결단과 용기가 있어야 한다는 것을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버리고 비우는 일은 결코 소극적인 삶이 아니라고 합니다. 그것은 지혜로운 삶의 선택이라고 합니다. 버리고 비우지 않고서는 새로운 것들이 들어설 수가 없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일상의 소용돌이에서 한 생각 돌이켜 선뜻 버리고 떠날 수 있는 용기 그것은 새로운 삶의 출발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오늘의 삶이 힘들다는 생각은 누구나 갖는 마음의 짐 일 것입니다. 욕심을 제하면 늘 행복함을 알면서도 우리들이 선뜻 버리지 못함은 삶이 힘들다는 이유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내면의 욕망이 자아를 지배하고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렇기에 흔들림이 없어야 할 불혹의 나이에도 버림의 지혜를 깨우치지 못하는 것은 살아온 것에 대한 아쉬움과 나이가 들어간다는 것에 대한 초조함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나태해진 지성과 길들여진 관능을 조금씩 버리고 아름다움과 너그러움으로 채워가는 참다운 지혜는 바로 마음을 비우는 것에서부터 출발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마음을 비우는 지혜로움으로 사람들의 인생이 환히 밝혀지기를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