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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이 되는 비법

제 사무실 책장에는 조금 특별한 책이 9권 있습니다. 바로 요즘 CEO들의 필독서로 자리잡은 ‘신의 물방울’이라는 와인만화입니다. 처음 이 책을 접했을 때에는 만화책을 펼쳐 든다는 것이 그리 쉽지는 않았습니다. 일반 책과는 반대 방향으로 책장을 넘기는 것도 어색했고, 또 이미지 위주의 내용전개도 눈에 쉽게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무엇보다 조그마한 만화책에 집중하고 있는 모습을 다른 이들에게 보이기가 아주 멋쩍은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책을 읽다 보니 노트를 펼쳐놓고 내용을 메모해야 될 정도로 결코 가벼운 만화책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다른 와인 서적은 값비싼 대표적 와인의 원산지와 그에 어울릴 음식들을 나열하기에만 급급했지만, 이 책은 ‘만화’라는 형식을 빌려 오히려 전문적인 와인 정보를 쉽고 다양하게 펼치고 있었습니다. 각계 각층의 사람들을 만나야 하는 제 입장에서는 와인에 얽힌 다양한 에피소드와 이미지를 얻을 수 있어 더없이 좋은 와인 교과서처럼 느껴졌습니다.



세밀한 와인 정보가 꽤 자세하게 설명되다 보니, 이야기 플롯은 비교적 간단합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와인평론가가 12병의 위대한 와인과 '신의 물방울'이라 불리는 1병이 어떤 것인지를 맞추는 사람에게 모든 유산을 상속하겠다는 유언을 남겨 그의 아들과 경쟁자가 그것들을 차례로 찾아내는 내용입니다. 그의 친아들은 와인에는 무지하지만 감각은 뛰어난 ‘천재’이며, 경쟁자는 와인에 대한 지식이 뛰어난 ‘전문가’로 묘사됩니다. 어느 누구 하나 ‘완벽한’ 승리자가 될 수는 없는 구도여서 흥미롭습니다. 작가는 와인에 대한 정확한 설명은 물론 와인 고유의 이미지를 그림이나 음악, 역사적 인물이나 문화유산 등으로 묘사하고 있습니다. 또한 그 소재가 되는 와인도 값비싼 명품이 아니라 알려져 있지는 않지만 뛰어난 와인입니다. 아마도 작가는 와인이란 정확한 정보와 느낌을 ‘중용’해야 하는 예술품이라는 설명을 하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아직 만화가 완결된 것은 아니지만 ‘감각’과 ‘지식’, ‘네임 밸류’와 ‘와인 자체의 풍미’ 사이에서 중용을 취하는 것이 ‘신의 물방울’이 아닐까 라는 생각을 조심스럽게 해 보았습니다. 마치 ‘만화’라는 형식과 ‘와인’이라는 내용이 묘한 긴장감을 이루듯 말입니다.
 
저도 한때에는 불타는 열정만이 성공의 지름길이라고 생각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제 생각해보니, 진정한 ‘신’이 되기 위해서는 열정과 함께 냉철한 이성이 중용을 이뤄야 하는 것 같습니다. 최선의 중용을 선택하는 것이 바로 우리가 각자의 분야에서 모두 ‘신’이 될 수 있는 비법이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