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의 비밀
2006년을 마무리하는 이 즈음에 현대해운에 아주 경사스러운 일이 있었습니다.
1년 넘게 준비해오던 ISO(국제품질경영시스템)를 드디어 인증 받은 것입니다. 하지만 1년 전 ISO 인증 준비를 처음 시작했을 무렵에는, 임직원들의 동의를 구하느라 무척 애를 쓰기도 했습니다. 현대해운에서 자체 개발한 효율적인 업무 프로그램과 자타가 공인하는 획기적인 물류시스템을 이미 갖추고 있는데, 굳이 시스템을 새롭게 재정비해 국제시스템 인증까지 받아야 할 필요가 있냐는 의견이 지배적이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ISO 인증이 워낙 까다로운 데다가 자체 요구 안에 맞춰 현 시스템을 대폭적으로 손질해야 하기 때문에 투입되어야 하는 물적, 인적 자원의 양이 상당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저 개인적으로도 국제통용시스템이 얼마나 중요한지 이미 여러 번 겪었기 때문에 끈기와 열정으로 계속해서 내부 인력들을 설득해 나갔습니다.
벌써 10년도 더 된 일이지만, 한번은 저희 고객 컨테이너가 실린 배에 화재가 났던 적이 있었습니다. 사고 지점이 공해상이었기 때문에, 그 어떤 정부 당국의 도움도 구하기가 힘들었습니다. 게다가 그 당시만 하더라도 지금과 같이 무선통신기기가 발달하지 않았기 때문에 사고 현장을 제대로 파악하고 수습안을 마련하는 것이 매우 힘들었습니다. 따라서 사고지점에서 가장 가까운 글로벌 파트너사를 동시에 접촉하여 다방면으로 대책을 세우기로 내부안을 마련하고, 각국 사무소에 연락을 취하였습니다. 하지만 각국 사무소에서 사고를 보고하고 처리하는 방식이 전부 제각각이라 이를 취합하여 종합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매우 어려웠습니다. 사고 자체보다 사고처리 과정에서 더 힘이 들었던 이 사건을 계기로 저는 다시 한번 국제적인 시스템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낄 수가 있었습니다.
낯선 형식과 프로세스가 처음에는 다소 불편하고 거추장스러울 수도 있지만, 잘 짜여진 시스템은 이를 보상하고도 남을 만큼의 효율성과 안전성을 가져다 줍니다. 더군다나 다양한 글로벌 고객들을 대상으로 하는 서비스에서는 통일된 중심축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밤 하늘의 별은 저마다 자신의 위치에서 정해진 루트를 따라 정확하게 이동하기 때문에 더욱 아름답게 보일 수 있는 것처럼 말입니다.
그리고 드디어 지난 주에 인증서가 도착했습니다. 현대해운의 북극성이 세워진 셈입니다. 이제 이 북극성을 중심으로 더욱 더 많은 현대해운의 별들이 세계 곳곳에서 찬란하게 빛날 수 있었으면 합니다. 마지막으로 이 글을 빌어 거대 프로젝트를 성공리에 끝내 주신 모든 직원들과 특별히 ISO 태스크포스 팀에게 다시 한번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