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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 고찰에서 만난 파란 눈의 사진작가, 스티브 맥커리

지난 주에는 백양사 동참 스님의 초청을 받았습니다. 이 즈음 백양사는 한 철 가을 단풍 유람객들을 떠나 보내고, 한층 더 고즈넉한 자태를 뽐낼 것이기에 기꺼운 마음으로 책 한 권과 수첩을 들고 백양사로 향했습니다. 백양사에서 제가 제일 아끼는 명소 중 하나인 쌍계루에 들어서니, 예전에 스님께서 전하셨던 말씀이 절로 생각 났습니다. 고려 시대 대학자 이색이 이곳을 보고 “두 냇물이 합치는 곳에 들어선 누각이 물에 비쳐 그림 같다”라고 평했을 정도로 이곳은 경치가 빼어난 곳이지만, ‘결국 물에 비친 것은 누각이 아니라 자기 자신의 마음’이라고 ‘좋은 곳에서 더욱 마음을 비우고 자신을 낮추라’하셨던 가르침이었습니다.



잠시 여유를 가지고 그 가르침의 여운을 곱씹고 있던 순간에, 저는 스님이 초청하신 또 한 분이 계시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바로 `2006 대구 사진 비엔날레 참석차 한국을 찾은 세계적 다큐멘터리 사진 작가 스티브 맥커리(Steve McCurry)였습니다. 세계적인 사진가 그룹 매그넘의 회원이자, 내셔널지오그라피 사진가, 로버트 카파상 수상자 등 그의 작품 색채만큼이나 화려한 수식어를 몰고 다니는 맥커리를 늦가을 천년 고찰에서 만난다는 것은 오랜만에 꺼낸 겨울 외투에서 잃어버렸던 반지를 발견하는 것만큼이나 기분 좋은 놀라움, 그 자체였습니다.



스티브 맥커리, Steve McCurry
 
- 미국 다큐멘터리 사진 작가
- 매력적인 색감과 구성으로 보도사진의 예술성을 한 차원 끌어올린 것으로 유명
- 스티브 맥커리 작품 감상하기 -> www.stevemccurry.com


그는 내년에 펴낼 아시아의 불교에 관한 사진집 준비 차, 스님의 초청을 받고 백양사를 방문했다며 인사를 건넸습니다. 잠시 머뭇거리는 저에게 그는 아무렇지도 않게 어린 시절 앓았던 소아마비로 인해 오른손이 약간 불편하다고 설명해 주었습니다. 그런 남모를 불편함을 딛고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대단한 작품들을 창조해 냈다는 것에 다시 한번 크게 감동했습니다. 그는 여러 분쟁과 재난의 현장을 발로 누비며, 그곳에서 사람들의 생생한 삶의 단면과 사람들의 얼굴에 담긴 여러 경험들을 포착하는 자신의 삶에 만족한다며 자부심과 함께 일종의 사명감을 가지고 셔터를 누르게 된다고 겸손하게 자신의 예술관을 소개해 주었습니다. 
 
스님께서는 조용히 얘기를 듣고 계시다가, 각자 자기 분야에서 다른 이의 가슴 속 이야기에 귀 기울일 줄 아는 사람이 많아야 세상이 편해지는 것이라고 하셨습니다. 스티브 맥커리는 사진으로 다른 이의 영적인 목소리를 순간의 2차원 필름에 담아 내고, 스님은 불경과 참선을 통해 중생들의 마음을 이끌어 주며, 저는 기업가의 위치에서 고객과 사회를 위해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도록 더 낮은 자세로 임하라는 가르침이셨겠죠?



어느 순간, 어느 찰나에 맥커리의 렌즈에 포착되더라도 인화된 사진 속의 제 눈동자가 항상 맑고 힘있는 영혼으로 표현될 수 있도록, 생각하고 행하는 모든 바에 더 진심을 담을 수 있는 한 주 보내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