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그리고 사람
여러분의 취미는 무엇입니까?
저는 저의 일을 사랑하는 만큼 재충전의 시간을 소중하게 생각합니다.
격하지 않은 운동으로 건강에도 도움이 되고, 일상에서 벗어나 자연을 만끽할 수도 있으며, 더욱이 주위 사람들과 함께 즐길 수 있는 취미라면 더할 나위가 없을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오래 전부터 골프를 꾸준하게 즐기고 있습니다.
사람 됨됨이를 보려면 같이 식사를 하고, 긴 여행을 가보라고 했던가요?
저는 여기에 덧붙여 같이 꼭 골프를 쳐보라고 권해 드리고 싶습니다.
어떤 이는 같이 나가게 되는 사람들의 사회적 지위나 골프 웨어에 적지 않게 신경을 쓰는 사람도 있고, 또 어떤 이는 나갈 때마다 캐디와 말썽을 일으키는 경우도 있습니다. 같이 경기하는 사람들과의 호흡을 중요시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에, 일체의 대화를 거부한 채 스코어에만 신경을 곤두세우며 구석에서 연습 스윙에만 몰두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이러한 개개인의 골프 스타일은 신기하게도 그 사람의 인품과 성미 그리고 업무 스타일에 고스란히 반영된다는 것이 저의 지론입니다. 따라서 저는 관찰해 둔 상대방의 스타일에 따라 그의 사회적 체면을 공략하기도 하고, 함께 일하는 사람들을 챙기는 우회 전략을 쓰기도 하며 때로는 상대의 이득과 손실을 정확하게 제시해 정면 승부를 걸기도 합니다. 승률은 그 어떤 방법보다도 높았습니다. 그러고 보면 저의 골프 스타일은 함께 나간 사람들의 유형을 살피고 전략을 짜는 ‘전략가’인가 봅니다.
사람을 만나고, 서로 그들의 스타일을 살피게 되는 사교의 장.
대화를 하며 함께 즐기지만, 더불어 승부의 날카로움을 피할 수 없는 경기.
때로는 일의 연장으로, 그러면서도 재충전과 취미활동의 일환으로 즐길 수 있는 놀이.
어느 것 하나 놓칠 수 없고, 어느 것 하나에 무게중심을 두면 그 의미 자체가 망가져 버리는 그 오묘한 외줄타기의 아찔한 긴장감.
‘골프’는 이러한 유쾌한 긴장으로 제 온몸의 감각을 일깨워 살아 있음을 느끼게 해줍니다.
다음에 만나 뵐 때 제가 혹시 “취미가 어떻게 되시나요?”라고 묻게 된다면, 여러분도 저처럼 그 취미가 여러분의 인생에 어떤 의미인지까지 대답해 주셔야 합니다.
같이 필드에 나가지는 못하더라도 제가 마음을 얻고 싶은 다음 공략자는 바로 여러분이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