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은 물을 만들었지만 인간은 와인을 만들었다."
저는 와인 마시는 것을 즐깁니다.
좋은 사람들을 만나는 자리에는 항상 와인을 빼놓을 수가 없다고 생각할 정도입니다. 하지만 처음 만난 사람에게는 이런 저의 선호를 선뜻 말하기가 꺼려지는 것이 사실입니다. “까다로운 사람이군”,”사치스러운 경향이 있군”.. 와인에 대한 이런 세간의 오해가 저의 첫인상을 망쳐버리지는 않을지 기우가 앞서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오랜 기간 와인을 사랑해 온 사람의 입장에서 단언컨대, 와인은 결코 까다롭거나 사치스러운 술이 아닙니다. 비싸다고 꼭 좋은 와인도 아닐뿐더러, 와인은 결코 남에게 보이기 위해서 마셔야 되는 겉치레용 술도 아니기 때문입니다.
저는 와인의 진정한 가치는 “어울림”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좋은 와인은 함께 곁들이게 되는 음식의 풍미를 돋워주어, 이에 따라 같은 와인이라도 100가지의 향과 맛으로 기억될 수 있습니다. 또 와인은 이를 함께 나누는 사람들이 편하게 어울리도록 해 주는 촉매제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와인이 유독 ‘사랑의 술’로 통용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와인이 항상 조연의 위치에 머무르는 것은 또 아닙니다. 누군가를 어울리게 도와 주고, 그 속에서 자기의 의미를 찾아가는 것은 역설적으로 와인이 저마다 독특한 개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포도의 품종, 생산 년도, 보존 기간은 물론 미세한 습도나 온도의 변화에 따라서도 와인의 맛과 향은 천차만별로 달라집니다. 저 역시 이러한 와인의 특성 때문에 와인에 빠져들게 되었습니다. 음식을 먹으면서 ‘이 음식은 어떤 와인과 어울릴 수 있겠구나’를 생각하고, 또 좋은 사람을 만날 때마다 ‘이 분에게는 어떤 와인이 어울리고 어떤 느낌으로 받아들이시겠다’고 추측해 가는 재미가 제법 쏠쏠합니다.
따라서 자신의 고유한 색과 향이 뚜렷한 와인일수록 더욱더 어울림의 의미를 깊게 만들어 줍니다. 사람간의 관계 역시 그런 것 같습니다. 내가 깊고, 다양한 풍미를 지니고 있어야 비로소 다른 사람들과 참된 의미를 맺을 수 있고 그 과정에서 또 더 다양한 ‘나’를 만들어나갈 수 있는 것이 와인을 닮은 우리네 인생의 의미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좋은 사람들과 함께 더 깊고 진하게 익어가는 향기로운 사람이 되기 위해
오늘 여러분과 함께 즐겁게 와인 한잔을 나누고 싶습니다.